지난 20일 열린 광양시회 제338회 제1차 정례회. 시의회 제공 전남 광양시 생활임금 조례안이 시의회에서 또다시 부결됐다.
복지를 주요 기조로 내세운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당의 정책 철학과 배치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백성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조례안은 광양시장이 고용한 공공부문 기간제·단시간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웃도는 생활임금을 지급하고, 이를 매년 고시해 예산을 편성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산업건설위원회는 이 두 조항을 문제 삼아 조례안을 부결했고, 본회의에서도 통과되지 못했다. 공공부문 인건비 증가, 민간 확산에 따른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부담, 근로자 간 형평성 문제가 주요 반대 사유로 제시됐다.
이번 조례안은 처음 발의된 것이 아니다. 8대 시의회에서는 부결과 보류로 자동 폐기됐고, 9대에서도 장기간 계류되다 이번 정례회에서 또다시 부결됐다. 생활임금 도입 필요성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시의회는 수년째 실질적인 제도화를 외면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성호 의원은 "공공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민간 확산 여부는 지역 여건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며 "예산 부담 역시 과장된 우려에 불과하다. 조례를 반대할 만한 설득력 있는 이유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생활임금은 2015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도 도입한 정책이다. 최저임금과 생활임금의 차액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해 노동복지와 지역 내 소비를 동시에 활성화한 제도로 평가받는다. 현재 서울, 수원, 성남 등 전국 130여 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령 제1·2조에는 '경제적 불평등 해소', '중산층 소득 증대와 내수 활성화', '민주적 시장경제 실현' 등 생활임금과 같은 정책 방향이 명시돼 있다.
조례안 부결 직후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규탄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하지만 민주당 측이 생활임금위원회 설치와 민간 확대 검토 조항을 삭제하면 7월 회기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계획은 일단 보류됐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지역 여론 악화를 의식한 민주당이 입장을 선회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백성호 의원은 해당 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을 오는 7월 회기에 다시 상정할 계획이다.
김정임 광양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은 "당의 기조를 너무 확대 해석한 것 같다. 당론은 있지만, 의원 개개인의 판단도 중요하다"며 "다음 회기에서 다시 논의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는 이번 부결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박수완 전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기초의회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이 정당 강령과 배치되는 조례를 집단적으로 부결시킨 것은 매우 유감이다"며 "중앙정치에서는 기본소득과 취약계층 임금 개선을 강조하면서, 지역에서는 보수적으로 역행하는 이중적인 태도는 비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사회는 조례 제정뿐 아니라 예산 확보까지 함께 관철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기본소득사회를 구현하겠다고 밝혀온 민주당이, 다음 달 생활임금 조례안에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