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깨진 그릇부터 고장난tv까지··니가 왜 거기서 나와

[영상] 깨진 그릇부터 고장난tv까지··니가 왜 거기서 나와

광양 서천, 자석낚시로 고철 건졌더니
담배꽁초, 물티슈, TV 등 쓰레기 투척장이 된 하천 일대
하천쓰레기 60%가 바다로 유입…'생태계 악순환'
초본류의 퇴비 사용 등 자원순환 요구 목소리도
물보전법 개정 하천 관리 근거 마련··유입 차단 '관건'



담배꽁초, 물티슈, TV 등 쓰레기 투척장이 된 하천

지난 10일, 전남 광양에 있는 한 하천. 광양읍 우두마을 앞에 위치한 이곳은 백운산 자락과 하천이 어우러진 전망에 메기, 피리 등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해있어 낚시객들 사이에선 이른 바 '포인트'로 소문난 곳이다. 광양지역 젖줄인 동천과 서천 등 4개 하천이 광양만으로 연결되고 생태환경이 좋아 올해 국립생태원으로부터 일부 1등급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가 무색하게도 현장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쓰레기들이 너브러져 있었다. 취재진이 10m도 안되는 거리에서 천변 쓰레기를 수거해본 결과, 수 십 개의 담배꽁초와 물티슈, 아이스크림 봉지, 심지어 옷걸이와 깨진 유리그릇, 오래된 TV와 같은 생활쓰레기까지 발견됐다.

하천 폐고철, 자석낚시로 건졌더니  

자석을 이용해 쓰레기를 줍는 일명 '자석 낚시'는 기상천외한 쓰레기들이 발견돼 관련 영상들이 SNS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유럽 스웨덴의 경우 페이스북에 관련 페이지들이 수십여 개인데 그중 전국 단위 그룹인 마스넷피스케에는 가입자 수가 9천 명에 이를 정도다.

취재진의 경우, 하천 속 고철쓰레기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자석 낚시를 택했다. 수심이 깊을지 몰라 고심한 차선책이었다. 특히 하천 안전사고에 대비해 2주 이상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현장에 수시로 드나들며 하천량을 확인했다.

35kg까지 들어올릴 수 있는 특수자석을 로프에 엮어 30분 정도 던졌을 때 자동차 핸들 크기의 정체불명의 고철이 자석에 들러붙어 나왔다. 의자 등받이에나 쓰일 것 같은 장식구였다. 얼마나 오랫동안 물속에 있었는지 부식 상태가 심했다. 이외에도 못과 캔, 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건져졌다. 이러한 고철 폐기물들은 하천 속에 철 성분들이 빠져나와 수질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하천에서 만난 우두마을 이모(76)씨는 마을 주민들이 주변 정화 활동을 하지만 "밤중에 쓰레기를 하천에 투척하고 간다"고 전했다. 특히 "낚시객들이 와서 버리는 담배꽁초들도 상당하다. 모두 하천으로 들어가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하천 안 부유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긴 장화까지 샀다고 보여준 그는 "생각보다 수심이 깊어 들어가서 쓰레기를 줍지는 못했다"며 "바다로 들어가기 전에 차단하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하천 속에서 건진 정체모를 고철쓰레기하천 속에서 건진 정체모를 고철쓰레기

하천쓰레기 60% 바다로…정화활동에 나선 시민들

광양환경운동연합은 1년에 2~3차례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최근에는 진월면과 배알도에 물이 빠질 때 찾아가 플라스틱, 비닐, 스티로폼들을 주웠다. 문제는, 수거 다음 날 다시 현장을 가보면 수거 전 모습처럼 쓰레기들이 또다시 쌓여 있다는 점이다.

백양국 광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하천은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보존 가치가 높다"며 "이 일대 쓰레기들이 광양만까지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하천 유입을 차단하는 집중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 청년봉사단체인 '청공해'는 순천 동천과 해룡천에 미생물을 발효한 EM으로 '흙공'을 만들어 하천에 던지는 활동을 하고 있다. 광합성균, 유산균, 효모균 등 유익한 균으로 만들어진 EM흙공은 항산화 물질을 통해 하천의 부패를 억제하고 자연 순환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우성 청공해 청년 회장은 "EM 발효액을 사용한 흙공은 약 6개월에 걸쳐 해당 구간을 정화하게 된다"며 "생태적 보호 가치가 우수한 하천을 지키는 일은 기후 위기시대에 무엇보다 중요한 환경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전남 순천시 동천에 EM'흙공'을 던지고 있는 청공해 봉사단체. 청공해 제공 전남 순천시 동천에 EM'흙공'을 던지고 있는 청공해 봉사단체. 청공해 제공

올해 물보전법 개정··유입 차단 등 관리 관건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관내 하천·하구 부유 쓰레기 처리량은 2017년 791.18톤이었으며, 2019년 397.46톤까지 떨어졌지만 2021년 882.79톤으로 대폭 늘었다.

환경부는 2023년에는 47,562톤, 24년 99,083톤, 25년 80,375톤까지 하천‧하구 쓰레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대체로 하천·하구 쓰레기는 체계적인 통계자료가 미흡해 현황 파악 및 정책 수립이 어렵다는 평가다. 그나마 올 3월 '물 환경 보전법'이 개정돼 하천을 포함한 공공수역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쓰레기 관리 대책이 세워졌다. 하천‧하구 쓰레기 수거 처리를 위한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이밖에 하천의 부유하는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방법도 생겨나고 있다. 쓰레기와 함께 뒤섞인 나무와 초본류는 퇴비생산업체로 보내고, 나머지는 재활용 업체로 보내져 퇴비화, 톱밥, 화목, 우드칩 등으로 자원화하는 방식이다.

박수완 전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현재 부유 쓰레기는 매립 및 소각 위주의 처리방식으로 자원화율이 저조하다"며 "쓰레기 수거 후 적환장에서 성상별 재활용을 통한 자원화율을 제고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5년 간 광주천 살리기 운동을 주도해 온 홍기혁 광주환경운동연합 모래톱 회장 역시 "도심에서 가까운 하천에는 일반인들이 가져와서 버린 쓰레기들이 많다"며 "하천은 곧 물줄기고 물은 생명이다. 하천이 살아야 모든 생물이 산다. 이에 대한 시민 의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 유튜브 콘텐츠 <쓰레빠>와 관련 기사는 전라남도 동부지역본부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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