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읽기] 전남도·순천시 정치적 시험대가 된 경전선 논란

[판읽기] 전남도·순천시 정치적 시험대가 된 경전선 논란

순천 도심 통과 노선 지역민 반발··시위·서명 운동 전개
순천, 전남도 향해 "순천 패싱"..전남도, 사실과 달라 "공동 노력"
순천시·전남도 기본계획안 고시 연장 요청 '한 목소리'
정치적 역량 및 행정력에 따라 도시의 명운 결정 전망

순천 도심을 관통하고 있는 경전선 철도 모습. 순천시 제공 순천 도심을 관통하고 있는 경전선 철도 모습. 순천시 제공 최근 지역 정치권과 단체 등이 순천을 관통하는 경전선 사업을 두고 앞다투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순천시의회는 반대 결의대회를 여는가 하면, 체육회와 여성단체 등도 정부를 향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현행 경전선 사업안에는 순천 도심인 평면교차로 10개소에 하루 46차례 열차가 지나고, 도심을 3등분 하는 높이 7m의 차단 구조물을 세우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철도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진동과 소음 피해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도시를 분절시켜 교통 체증을 일으키고 생태도시 순천의 경관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입니다.

도심 통과 경전선에 반대하는 순천시여성단체협의회. 박사라 기자 도심 통과 경전선에 반대하는 순천시여성단체협의회. 박사라 기자 사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민선 7기 순천시도 예상했던 일입니다.
 
당시 순천시는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해 1억 7천억여 원을 들여 '한국교통대학교 산학협력단'에 관련 연구용역을 맡겼고, '도심 구간 4km 중 2.9km 부분 지중화'를 결과로 도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민선 8기 들어 단체장이 바뀐 순천시는 최근 노선 자체를 우회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동천을 끼고 있는 순천의 지형상 지중화를 할 경우 고속 전철 출입구의 경사가 가파르게 되고 위험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섭니다.
 
그래서 순천시는 별량면, 도사동, 남제동, 장천동을 지나는 노선에서 벌교역에서부터 시 외곽으로 우회해 서면 전라선으로 연결되는 노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을 관철하기란 상황이 녹록치가 않습니다.
 
국토부는 전철화 사업 기본계획안 확정 고시가 오는 10월로 임박하는 등 행정절차가 무르익은 상황에서 갑자기 뒤바뀐 지자체의 요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국토부를 설득해야 할 입장에 놓인 전남도 역시 순천시 의견대로 노선 변경을 밀어붙이다간 자칫 사업 자체가 무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순천시가 요구하는 경전선 도심구간 우회노선·지하노선안. 순천시 제공순천시가 요구하는 경전선 도심구간 우회노선·지하노선안. 순천시 제공이렇듯 정부 부처와 지자체, 지역사회가 큰 혼선을 겪는 가운데 전남도와 순천시 간에 미묘한 신경전도 형성되고 있습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최근 SNS을 통해 국책용역기관인 KDI가 2019년 지역 의견 청취를 위해 현장을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남도가 순천시에 공문이 아닌 문자로 일정을 통보했다는 '순천 패싱'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전남도가 느슨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반해 전남도는 설명회·공청회 등 기회는 많았다며 '순천 패싱'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18일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순천시와의 "공동 노력"을 강조하며 순천시 의견을 정부 부처에 적극적으로 건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다만 차질이 생길 경우 원안이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도 굽히지 않았습니다.
 
전남도와 순천시는 당장 10월로 임박한 기본 계획 확정 고시를 늦추기 위해 각자 국토부 장관을 만나 설득해보겠다는 계획입니다.
 
한번 놓이면 백년을 바라본다는 전철화 사업.
 
특히 광주~순천~부산을 잇는 경전선 전철화 사업은 기존에 5시간 이상 소요됐던 구간을 2시간대로 단축시킨다는 점에서 영호남의 숙원입니다.
 
그중 광주 송정~순천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길이 200km 이상 되는 전국 4대 간선철도 중 유일한 비전철 구간이어서 호남 소외론의 상징체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애타게 기다려 온 경전선 사업은 순천시와 전남도의 정치력과 행정력에 따라 도심을 우회할지, 아니면 순천 도심을 가로지를지, 최악의 경우 사업 자체가 무산될지 도시의 명운을 결정지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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