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쉬어도 자꾸만 생기는 쓰레기들을 어떻게 버려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 고민할 때가 많다. 이럴 때 요즘은 쓰레기 관련 앱을 찾아본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부착된 전단지로는 해소하지 못한 궁금증들이 단번에 풀리기 때문이다. 환경에 진심이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이들을 도와주는 디지털 혁신 기술들이 우리 주변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겉보기엔 자판기, 알고보면 AI로봇···쓰테크 필수앱 '수퍼빈'
전남 여수시, 순천시, 광양시 등 동부권 일대에는 쓰레기를 '먹는' 파란색 기계가 도심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겉보기엔 평범한 자판기처럼 보이지만 페트병과 캔을 선별하는 AI 기술이 탑재된 로봇이다.
모바일에서 수퍼빈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나 로봇이 설치된 전국 500여 곳에서 자원 순환에 참여할 수 있다. 페트병과 음료캔에 한해 개당 10원을 적립해주고 2000원부터는 현금으로 바꿔 쓸 수 있어서 환경과 쓰테크(쓰레기 재테크)에 관심있는 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해에만 누적 이용자 수가 36만 명을 기록했고 올 1/4분기에도 16만 명의 누적 이용자 수가 발생했다.
2016년 첫선을 보인 '네프론'은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수퍼빈이 개발한 자원회수 순환로봇이다. 수퍼빈 측은 해당 서비스를 출시하기까지 700만 개 이상의 생활폐기물 이미지를 데이터로 집적화하고 카메라로 재활용 여부를 인식하는 기술을 탑재했다. 그 결과 2021년 기준 페트병은 약 3천만 개, 알루미늄캔은 약 2천만 개를 네프론을 통해 수거할 수 있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 결과다.
자원 순환을 촉진하는 혁신 기술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수퍼빈은 최근 영국 로열 파운데이션이 주관하고 환경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어스샷(Earth Shot)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수상 결과는 10월에 나올 예정이다.
순환자원 회수로봇을 만든 (주)수퍼빈 슬로건. 수퍼빈 홈페이지 캡처무엇이든 물어보세요···쓰레기 백과사전 '블리스고' APP
Q. 알약포장재는 어떻게 버려요?
A. 알약 포장재는 보통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막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알루미늄 막은 특수가공된 형태로 일반 알루미늄처럼 고철류로 재활용되지 않으니 일반쓰레기(종량제봉투)로 버려주세요. 알루미늄 막을 완전히 제거한 플라스틱 케이스는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이므로 플라스틱으로 배출하셔도 됩니다. 플라스틱 케이스와 알루미늄 막을 완전히 분리할 수 없다면 통째로 일반쓰레기(종량제봉투)로 버려주세요.
누구나 경험했을 상황이지만 누구라도 선뜻 답을 내놓지 못하는 난해한 질문. 그러나 쓰레기 백과사전은 모르는 게 없다. 알약 포장재조차 함부로 버리고 싶지 않은 이들을 위해 쓰레기 백과사전은 명쾌한 대답에 상세한 설명을 곁들인다. 분리수거, 제로웨이스트에 관한 정보가 담긴 쓰레기 배출 레시피 플랫폼 'Blisgo(이하 블리스고)'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해 2월 블로그로 시작해 올 1월 앱으로 나온 블리스고는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앱 이용자가 일일 6천여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페이지뷰는 만 페이지가 넘는다고 한다.
앱 기능은 단순하다. △분리수거법(쓰레기 백과사전)' △쓰레기 없는 가게 △이용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분리수거 정보 공유(에코라이프클럽) 총 3가지다.
이중 핵심 기능은 '검색'이다. 아직은 검색이 안 되는 품목이 많지만 블리스고는 이용자들의 질문에 진심을 담아 댓글을 올린다. 현악기, 양파망, 주얼리, 부직포 가방 등 익숙하지만 난감했던 질문들이 마구 쏟아진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기능은 '커뮤니티'다. 블리스고는 이용자들과 환경 문제에 대한 담론을 나누기 위해 '에코라이프클럽'이라는 공간을 마련했다. 아직 서비스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참여자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상호 응답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블리스고를 개발한 홍승규 대표는 "분리수거와 쓰레기 문제에 절망감을 느끼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절망적인 문제에 대해서 공감대를 자극하고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단조롭게, 딱딱하게 하지 않게 감성을 자극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댓글을 달려고 한다"고 비결을 전했다.
"모든 물건은 쓰레기가 된다"고 말하는 홍 대표는 "환경 문제는 단순히 개인이 분리배출을 잘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블리스고가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쓰레기 문제 해결 플랫폼이 되어 국가 정책이나 기업의 생산 시스템까지 친환경적으로 바꾸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블리스고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다음 한 구절을 전한다. '오늘도 분리수고 하셨습니다.'
블리스고 메인 화면. 블리스고 홈페이지 캡처. 원조 백과사전 '내 손안의 분리배출'…폐기물협회 Q&A
분리배출에 대한 정보 수요가 급증하자 환경부와 유관기관 등은 일찌감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바 있다. 2018년에 출시된 '내 손안의 분리배출'이 대표적이다. 앞서 소개한 쓰레기 백과사전 '블리스고' 운영진이 아이디어를 착안했던 분리수거 백과사전의 원조이기도 하다.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가 제작 및 관리∙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해당 앱은 분리수거 핵심 방법, 품목별 분리배출 방법 등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해당 앱에는 △분리수거 핵심 방법 △품목별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 △혼동 사례 및 자주 묻는 질문 안내 △분리배출 질의응답 게시판 등으로 구성됐다.
현재까지 이용자들이 게시판에 남긴 글은 총 1만 2250여 건. Q&A 게시판에 올라오는 질문들은 한국폐기물협회가 직접 답변한다.
이제는 기후테크 시대…위기에 응답하는 기업들
기후 위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이때, 기업들은 정보에 대한 이용자들의 욕구를 충족함과 동시에 놀이와 재테크와 같은 요소를 추가해 필환경 실천을 유도하고 있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기업이 효용 가치가 높은 기술을 겸비함으로써 전 세계적인 2차 크라이밋테크(Climate-Tech) 붐에 호응할 것을 제언한다.
박형웅 전북혁신기술디지털센터장은 "외국 같은 경우 스타트업도 반드시 ESG사업이 들어가야 펀드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될 만큼 환경 문제에 경각심을 갖자는 분위기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한 기술의 효용성만 증명이 된다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의 이용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한종호 소풍벤처스 벤처파트너도 "탄소를 포집하거나 포집한 탄소를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스타트업"이나 재활용 회수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하면서 "눈앞에 닥친 기후위기 등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순환경제 분야에서 탄소 배출 절감에 기여하거나 기후변화 적응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 유튜브 콘텐츠 <쓰레빠>와 관련 기사는 전라남도 동부지역본부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