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청 본청사 전경. 여수시 제공1998년은 전남 여수시와 여천시, 여천군이 하나로 통합된 이른바 3여(麗)통합이 있던 해입니다. 지금 여수 학동에 위치한 여수시 본청사는 옛 여천시청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23년이 지난 지금도 여서청사, 국동임시별관 등으로 청사 기능이 나뉘어 있다는 점입니다. 체육지원과는 진남경기장에 있고 산림과와 공원과는 망마경기장, 관광과와 도로과, 도시재생과 등은 구 보건소 건물에 위치해 있는 등 본청사를 포함해 8곳에 각 부처가 흩어져 있습니다. 행정구역은 통합됐는데 청사 기능은 통합되지 못한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여수시 본청사 주변을 지나다보면 길가던 시민으로부터 부서 위치를 묻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또 여수시민들은 부서를 찾아갈 때 인터넷을 열어 검색을 하거나 시로 전화를 걸어 물어보고 가야합니다. 헛걸음을 피하기 위한 건데 이런 불편이 따르니 관련 민원도 많겠죠.
문제는 또 있습니다. 여러 부서를 돌며 일을 처리하는 복합민원의 경우, 8곳으로 흩어진 청사를 오가야하는 불편이 발생합니다. 여수시는 청사 한곳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복합민원이 연간 3만3천여 건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민원 처리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여수시는 시민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3차례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대다수는 통합청사 조성에 찬성했고, 지난해 4월에 실시한 여수시민 의견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7%가 찬성을 나타냈습니다.
여론을 확인한 여수시는 이곳저곳에 흩어진 청사 기능을 모으기 위해 본청사 뒤편 주차장 부지를 활용한 별관 증축안을 내놓았습니다.
여수시 본청사 별관 증축 조감도. 여수시 제공본청 뒤편 주차장 부지에 392억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4층, 연면적 1만3,200㎡ 규모의 별관을 증축하기로 하고 지난해 9월 15일 시의회에 공유재산 관리계획 의결안을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여수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예산 낭비"를 이유로 공유재산관리계획 의결안을 보류했고, 12월에는 본청사 별관 증축을 위한 설계 예산 15억여 원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올해 3월 추경에서도 같은 예산을 또 삭감했습니다. 청사 별관 증축을 하지 말자는 겁니다.
이처럼 별관 증축이 여수시의회 한 상임위원회에서 번번이 막히자 의회 내에서 의원들 간에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시민의 요구와 직결되는 시청사 별관 증축과 같은 중차대한 사안을 개별 상임위원회 소속 몇몇 의원들이 틀어쥐고 쥐락펴락하는게 옳지 않다는 겁니다.
올해 4월 여수시의회는 전체 의원 투표를 통해 '본 청사 별관 증축 합동 여론조사 추진 동의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재적의원 26명 중 15명의 찬성으로 통과된 겁니다.
전남 여수시의회 회의 전경. 여수시의회 제공그런데 전체 의원 투표를 통해 의회가 스스로 결정한 합동 여론조사는 어찌된 일인지 전혀 진척이 없었습니다.
여수시는 본 청사 별관 증축 문제의 빠른 해결을 위해 5월 '합동 여론조사 협의안'을 의회에 제출했스빈다.
논의를 미루던 여수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지난 18일 돌연 별관 증축 여론조사 추진하기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여론조사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해결이 아닌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하게 되므로 여론조사를 실시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본회의 결정 사안을 상임위가 뒤집자 꼬리가 몸통을 흔든 격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결의안 번복에 대해서는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반드시 이행하라는 의무는 없다"며 "결의안도 이례적으로 일부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정치적으로 통과시킨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여수시 청사통합추진범시민대책회의는 22일 시민 2만6천명의 서명이 담긴 '본청사 별관 증축 여론조사 촉구 주민 청원서'를 여수시의회에 전달했습니다.
이들은 "여수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가 별관 증축 여론조사를 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여수시민과 여론조사를 촉구하던 사회단체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본회의에서 의결된 사항은 이미 추진이 결정된 사항"이라며 "의장이 상임위에 회부한 것은 합동 여론조사를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를 논의하라는 것이지 추진 가부를 결정하라는 것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들은 여론조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여론조사 반대 시의원에 대해 주민소환을 추진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여수시 공무원노조가 여수시의회 앞에서 본청사 별관 증축 여론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여수시 공무원노조 제공여수시청 공무원노조도 반발하긴 마찬가집니다. 지난 25일 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청사 별관증축 여론조사를 반대하는 의원들은 시민 앞에 사죄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청사 분산과 이사 비용 등으로 100억 원의 혈세가 낭비됐고 앞으로도 매년 수억원의 임대료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노조는 또 "별관 증축을 반대하는 일부 시의원은 공천에 목을 메고 국회의원의 공약사항에 좌지우지 되고 있다"며 "공천을 담보로 시의원을 농락하고 여수를 위한다는 미명 하에 시민 위에 군림하는 국회의원은 즉각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여론조사를 거부하는 시의원 대부분이 여수갑 선거구에 속해 있고 주철현 의원(여수갑)이 제2청사 복원을 공약, 본청사 별관 증축에 반대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겁니다. 반면에 여수을 선거구 김회재 의원은 본청사 별관 증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주 의원은 지난해 10월 전남CBS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청사 통합은 지역 간 의견이 엇갈리는 문제"라며 "시민의 동의를 받는 절차도 없이 집행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주 의원은 그러면서 "권오봉 시장이 이걸 추진하려면 재선 공약으로 내걸어서 시민 전체 동의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권 시장 주변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본청사 별관 증축을 공약으로 내거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 분위깁니다. 권 시장은 임기 내에 별관 증축을 위한 의회 설득을 계속하되 성사가 어려울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약으로 내걸어서라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권 시장이 재선을 노리는 지방선거는 내년 6월 1일 치러집니다. 남은 기간 여수시의회가 별관 증축 여론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논의가 앞으로 나아가기는 힘든 상황.
어찌보면 1년 전 주철현 의원의 말대로 흘러가는 모양셉니다. 여수시 별관 증축 찬성이냐, 반대냐. 내년 여수시장 선거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