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역 앞에 세워져 있는 전동 킥보드. 박사라 기자 전동킥보드는 만 16세 이상 원동기 면허 소지자만 이용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누구나 앱만 켜면 손쉽게 대여할 수 있는 상황. 법도, 플랫폼도, 단속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사이 청소년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취재진이 직접 광양 시내 공유 킥보드 앱 두 곳에 가입해본 결과, 두 곳 모두 생년월일 입력만으로 가입할 수 있었다. 면허증 인증 절차조차 없었다. 연령 확인이나 면허 여부를 묻는 창은 있었지만, 확인은 형식에 그쳤다. 실제로는 누구나 대여할 수 있는 구조였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되며, 무면허 운행은 명백한 불법이다. 그러나 단속은 형식적이고, 처벌은 미약하다. 일부 지자체가 간헐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실효성은 낮고, 경찰도 청소년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광양에서 열린 '안전하고 편리한 공유 모빌리티 이용을 위한 소통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현실이 지적됐다. 광양경찰서 관계자는 "앱 사업자 제재는 법적 근거가 부족해 어렵다"며 "청소년이기 때문에 불법 운행을 적발해도 단속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그 사이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광양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지역 내 킥보드 사고로 1명이 숨지고 20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지난달에는 김해와 화성에서 무면허로 킥보드를 타던 10대가 각각 사망하거나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청은 PM(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의 교통법규 위반을 매년 단속하고 있다. 단속 건수는 2021년 7만3천 건에서 2023년 18만8천 건까지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책임 강화와 인증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전남지부 이기형 교수는 "전동킥보드 이용 초기 단계에서 운전면허증 번호를 입력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단순 입력을 넘어 얼굴 인식, 헬멧 착용 확인 같은 기술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광양시 도로교통과 관계자도 "앱에 면허를 등록했을 때만 이용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야 한다"며 "플랫폼 구조 자체를 손보지 않으면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만큼 전동 킥보드 관련법. 플랫폼 운영의 책임 강화와 실효성 있는 단속 체계 마련은 물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