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둔 지난 24일 여수 교동시장에서 생선을 팔고 사는 모습. 유대용 기자지역 민생 경제와 직결된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가 석유화학산업의 불황으로 흔들리면서 설 연휴 특수도 옛말이 됐다.
주말부터 이어지는 황금연휴 특수를 기대한 전통시장은 상인들의 한숨으로 채워졌고 지역경제의 주축인 산단 근로자들은 명절 상여금은커녕 고용 불안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 24일 여수 교동시장 일대.
생선에서부터 과일, 채소 등 제수용품이 판매대에 빼곡하지만 손님들의 지갑이 선뜻 열리지 않으면서 명절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의 속만 타들어가는 모습이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4일 한산한 전남 여수 해안로 건어물상가 일대. 유대용 기자인근 중앙선어시장과 해안로 건어물상가 시장 역시 비슷한 처지로, 예년이라면 이번 주부터 설 대목에 들어가 택배가 마감되는 이날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겠지만 올해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해안로 건어물상가 상인 강미선씨는 "지난해에는 그래도 선물을 주고받는 분위기는 있었지만 올해는 아예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예년에 비해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택배가 마감하는 날인데도 (택배물량이) 쌓인 게 전혀 없다. 상인 대부분이 지난주부터 매출이 줄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상인들은 여수산단의 부진 만큼이나 대통령 탄핵 정국 등 불안정한 정치 상황도 민생 경기를 어렵게 하는 데 한몫했다고 입을 모았다.
40여년 간 중앙선어시장 일대를 지켜온 상인 A씨는 "이번 설과 같은 불황은 처음이다. 여수산단에서 공장가동을 줄이고 인력을 개편하는 상황인데 체감경기는 IMF 당시보다 어려운 것 같다"며 "12.3 내란사태 이후부터 경기가 멈춰버린 것 같다. 이곳 시장은 지역 내 주요 관광지인 이순신광장 일대인데 한눈에도 인파가 줄었다. 관광객 수요가 사실상 전무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전남 여수국가산단 야경 항공사진. 여수시 제공석유화학업계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지역경제의 주축인 여수산단에서도 명절 분위기를 느끼긴 어려운 실정이다.
공장가동률을 줄이고 인력을 개편하는 추세로, 명절 성과금은 애초에 기대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명절을 앞두고 온누리상품권을 대거 구입해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를 하던 기업들도 올해는 찾아보기 어렵다.
고용 불안이 현실화되면서 일부 기업에서는 원하청 직원 100여 명을 전환 배치하기도 했으며 갑작스런 전환 배치에 하청 근로자들의 퇴사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공장가동률이 줄면서 협력업체들은 물론 일용직 고용시장의 불안은 심각한 수준으로, 이번 달 투입된 산단 내 일용직 노동자들은 지난해 대비 20% 수준에 불과하다.
산업과 관광의 중심지인 여수 곳곳에서 설 연휴 특수를 느끼기 어려운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불황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으로 실제 올해 1분기 여수지역 기업경기 전망지수는 2020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58.6을 기록했다.
기업경기 전망지수는 기업체가 느끼는 체감경기를 표현한 지수로 100에서 낮으면 낮을수록 경기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에서는 민생 경제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 산업계 불황인 것을 고려할 때 지역화폐 발행과 같은 일시적인 대응을 넘는 정부 차원의 전방위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여수상의 관계자는 "중국발 공급 과잉 등 대외적 여파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기술력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해야 하는데 부지 확보 등 여건이 쉽지만은 않다"며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기반으로 여수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선정해 줄 것을 중앙 정부에 강력히 건의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이 방안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