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유당공원 충혼탑 옆 친일파 공적비 논란

광양 유당공원 충혼탑 옆 친일파 공적비 논란

광양 유당공원 내 비군이 애민비 등 16기가 줄지어 세워져 보호, 관리되고 있다.(사진=최창민 기자)

 

500년의 역사를 가진 전남 광양 유당공원에 충혼탑과 애민비 옆에 친일파들의 공적비가 나란히 세워져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의 일방적인 경제 보복 조치로 인한 반일 감정이 높아지는 가운데 친일 청산을 위해 이들의 친일 행각을 기록한 단죄비(斷罪碑)가 함께 세워져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전남 광양시 광양읍 5일 시장과 버스터미널 옆 유당공원.

1547년에 조성된 이 공원은 당시 광양현감 박세후가 광양읍성을 쌓고 멀리 바다에서 왜구로부터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무를 심었다.

유당공원은 군사보안림 목적 외에도 태풍 등으로 인한 바람 피해를 막는 방풍림 역할을 하며 500년 가까이 시민과 함께 호흡해와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이 같은 상징성 때문에 광양시는 2005년 일본 식민 해방 뒤 벌어진 6.25에 참전한 1500여 명의 용사들의 넋을 기리는 충혼탑을 건립, 매년 현충일마다 기념식을 열고 있다.

또 이곳에 심어져 있던 이팝나무는 생물학적 보존가치를 인정 받아 1971년 9월 13일 천연기념물 제235호로 지정됐다.

해방 이후 현재까지 광양 지역에 남아 있던 비석들이 이전 설치돼 있으며, 광양현감과 전라관찰사의 선정을 기리는 비 12기, 광양 지역 역사적 사건을 기록한 비 2기와 정려비 2기 등 총 16기가 있다.

그러나 이 이팝나무 앞에는 수십 년 동안 친일파들의 비석이 다른 애민비와 함께 나란히 세워져 있다. 친일 행적을 새긴 안내판이 비석 앞에 있지만 친일 행위에 대해 간단히 한 줄로만 언급돼 있다.

친일파 이근호와 조예석의 비석이 그것인데, 이들은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물사전에 수록된 인물들이다.

친일파인 이근호의 청덕애민비(왼쪽)와 조예석의 휼민선정비가 다른 애민비들과 함께 나란이 세워져 있다.(사진=최창민 기자)

 

1902년 전라남도 관찰사로 임명된 이근호(1861~1923)는 을사오적 중 하나인 이근택의 형으로, 이 집안의 세 형제는 일제로부터 남작 작위를 받았을 정도로 대표적인 친일 집안이다.

유당공원 내 이근호의 비는 '청덕애민비'(淸德愛民碑 : 청렴결백한 애민 정신을 기리기 위한 비석)로 비석 앞에는 '일제 강점기 법무대신으로 한일합병조약에 앞장선 공로로 남작작위를 받았으며, 을사오적 이근택의 형'이라고 표기된 안내판이 있다.

군수 조예석의 비에는 '휼민선정비'(恤民善政碑 : 청렴결백하고 백성을 사랑하며 베푼 선정을 기리기 위한 비석)로 안내문에는 '일제강점기 판사를 지냈으며, 1912년 한일합병에 관계한 조선 관리들에게 수여한 한일병합기념장을 수여 받음'이라는 설명이 쓰였다.

그러나 친일파들의 비석이 다른 비석과 함께 세워두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양교육희망연대 강필성 대표는 “친일 행적이 일부 설명되어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며 “유당공원의 역사성도 있으니 파기보다는 친일파의 비석을 다른 곳으로 이석한 뒤 보다 상세한 설명이 쓰여져 역사 교육의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적으로 일제 청산을 위해 친일파의 비석 앞에 단죄문이나 단죄비 설립을 검토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일제강점기 친일 역사 청산을 위해 전수 조사를 벌여 65곳의 유·무형 친일 잔재물을 확인하고 이들 모두에 대해 단죄문을 세워 친일인사들의 행적을 낱낱이 밝히기로 했다. 지난 7일에는 광주공원 사적비군 중 친일파의 비석을 뽑아 눕힌 뒤 그 앞에 단죄문을 설치했다.

경기도와 충청남도 등 다른 지자체들도 역사 전문가 등이 포함된 조사를 통해 친일 역사를 청산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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