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자폐증 장애인 여전히 복지'사각지대'

중증 자폐증 장애인 여전히 복지'사각지대'

부모들, 자녀 향한 '차가운 시선'에 상처
복지시설들 중증 자폐인들 기피 경향 커
"올바른 인식과 배려 등 공동의 노력 필요 "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전남 CBS는 사회에서 외면받는 자폐증 장애인들의 실태를 돌아봤다. 전남 순천시에 거주하는 자폐인 부모들을 만나 자폐인 부모로 살아가는 고충과 이들이 체감하는 복지 실태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그리고 개선방안도 짚어봤다.

▲자폐아 부모로 산다는 건, "같이 죽어야 할까"

#대형마트에서 3교대 근무를 하며 자폐1급 아들을 둔 A씨. 야간 근무를 할 때는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활동보조 도우미의 도움을 받지만 이마저도 시간이 제한돼 있다 보니 일을 그만둬야 하나 매일 고민이다.

#순천 신대지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자폐1급 아들을 데리고 나갈 때마다 곤욕을 치른다. 공공장소에서 크게 웃거나 과격한 움직임을 보일 때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볼 뿐만 아니라 아들을 보기만 해도 피하는 것. 그는 "길거리에서 마주친 강아지도 예쁘다며 만져주는데 하물며 인간인데 기피하는 모습들에 큰 상처를 받는다"며 울먹였다.

#C씨는 지난 명절에 자폐아 아들 때문에 친정과 시댁 양쪽에 가지 못했다. 시댁에서 가족 한 명이 이제 결혼을 해서 새식구가 집에 오는데 자폐아 아들이 왔다갔다하면 보기 안 좋다며 오지 말라고 한 것이다. 또 친정에서는 올케가 이제 막 갓난아이를 낳았다며 눈치를 줬다. 결국 C씨는 아들과 집에만 머물면서 외로운 명절을 보내야 했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은 가운데 자폐인들에 대한 여전한 차별과 무지, 따가운 시선들로 인해 자폐인들은 물론, 가족들은 살아가기가 힘들다.

우리나라에 공식 등록된 자폐성 장애인은 2만여 명. 그 중 순천시에 집계된 수는 1,400여 명이다.

자폐인 대부분 기본적인 일상생활에서 차별을 경험하는데 이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다. 장애인에 대한 복지는 나아지고 있다지만, 이들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폐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차별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이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과 포용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복지시설들 "자리 없어요"…중증 자폐인들 '사각지대' 여전

순천시 특수학교 선혜학교의 올해 졸업생들 중 전공과 탈락자는 13명. 그 중 주간보호소에도 입소하지 못한 이들은 6명이다. 여기에다 전공과 졸업생 중 미 취업자는 13명으로 즉 총 19명은 시설도 이용할 수 없고 집에서만 돌봐야 하는 처지다.

순천시 장애인 복지시설로는 주간보호센터인 밀알 주간보호센터, 장애인 복지관 등이 있고 직업 체험 시설인 꿈을 키우는 세상, 미라클 센터 등이 있다.

또 장애인 생활 시설로는 참샘마을과 참샘동산, 참샘마루가 있다.

그러나 자폐증 장애인 중 최중증 1,2급 자폐인들을 기피하는 경향이 크다.

의사소통이 힘들고 신변처리조차 스스로 할 수 없는 최중증 자폐인은 충동적인 성향을 강하고, 1:1로 관리하지 않으면 사고 위험이 커서 수용하지 않으려는 것.

21살 자폐1급 아들을 둔 한 부모 D씨는 순천시 장애인 복지관에 2년 전에 예약했다. 대기번호 2번 이었다. 그런데 지난 1월 다시 전화했더니 '회의를 통해서 받을 수 있는지 보겠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는 등 식으로 일관하다 결국 '어렵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D씨는 "나중에 알아보니 장애 상태가 심하지 않은 아이는 받았다"며 "복지시설이 장애인을 가려서 받고 있다며, 중증 장애인들에 대한 복지 차별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부터 발달장애아들이 주간에 머물 수 있는 '주간활동서비스'를 순차적으로 도입하면서 자폐아 부모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 생겼다. 순천에서는 올해 30명의 발달장애인들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다 최중증 자폐아들은 거부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인원의 20%를 수용하도록 규정하면서 최중증 자폐증 장애인들을 의도적으로 시설에서 거부할 수 없게 되면서 자폐증 장애인 복지가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누구나 평등하게 복지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받기에는 여전히 갈길이 멀다.

순천시 발달장애인복지협회 '나들이' 김동의 원장은 "최중증 자폐증 장애인들을 위한 정책이 올해부터 시행된 건 진일보한 점"이라며 "이들의 복지를 요구하는게 특정 계층의 장애인만을 대변한다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만 어떤면에서는 그런 친구들을 데리고 있는 가정들이 가장 어렵기 때문에 사회가 도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번만이라도…체육관·수영장 등 편하게 이용해 봤으면 "

단어 하나 익히는 것조차 힘겨운 자폐증 장애인 부모들은 무엇보다 자녀들이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고 한 목소리 낸다.

2,3급 자폐증 장애인들은 직업 훈련소라도 갈 수 있지만 이것마저 할 수 없어 방치되는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건 '운동'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장애인 부모가 그렇듯 자녀와 체육관이나 수영장을 찾을 때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늘 싸워야만 한다.

자폐인들의 특이한 행동은 공공장소에서 눈에 띄기 마련인데다 이를 포용해주는 사회적 배려는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부 공공장소에선 자폐인의 출입을 거부하기도 한다.

실제로 부모 E씨는 순천시 한 수영장에 자폐 딸을 데리고 찾았는데 아이의 산만한 행동을 문제 삼으며 이용을 자제해 달라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E씨는 "관내 체육관이나 수영장의 이용자들이 적은 시간에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수영장 레일 하나를 쓸 수 있게 해주거나 시간대를 허용해 주면 바랄게 없겠다"고 말했다.

다른 한 부모는 "의사소통이 힘들고 돌발행동을 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지자체 차원의 놀이공간이나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승원 목포 발달장애지원센터장은 "장애인 복지가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요구된다"며 "사회에서 소외받지 않기 위해서는 이들을 포용하는 제도적인 정책이나 인식, 배려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추천기사

스페셜 그룹

전남 많이본 뉴스

중앙 많이 본 뉴스